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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옛 교실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풍경 가운데 하나가 교실 뒤편의 환경미화 게시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거나 교실 분위기를 새로 정리할 때면 뒤쪽 게시판은 그냥 비어 있는 판이 아니라 반 전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색지와 도화지, 가위, 풀, 자, 사인펜 같은 준비물이 책상 위에 펼쳐지고, 누군가는 제목 글씨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림이나 테두리를 맡는 식으로 손을 보탰다.
지금처럼 디자인 프로그램에서 틀을 고르고 출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을 어디에 붙일지부터 직접 정해야 했다. 그래서 게시판 꾸미기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한두 명의 일이 아니라 구도를 잡고, 글자를 오리고, 종이를 붙이고, 멀리서 균형을 살피는 여러 과정이 이어지는 작업이었다. 당시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 환경미화 작업을 떠올려 보면, 결과물보다도 친구들과 조금씩 역할을 나눠 한 공간을 완성해 가던 방법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먼저 게시판 크기를 보고 큰 구도를 나눴다
게시판을 꾸미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을 그릴지보다 어디에 무엇을 놓을지를 정하는 일이었다. 교실 뒤편 게시판은 가로로 넓은 경우가 많아서 가운데만 채우면 양쪽이 허전해 보이고, 반대로 장식을 너무 많이 붙이면 중요한 글이 묻히기 쉬웠다. 그래서 큰 제목을 위쪽에 둘지, 가운데에 둘지부터 생각하고 그 아래에 글과 그림이 들어갈 자리를 대략 나눴다. 도화지를 바로 붙이기보다 책상 위에 놓고 순서를 맞춰 보거나, 게시판 앞에서 종이를 들고 위치를 가늠하는 방식도 자연스러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세세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었다. 제목이 들어갈 자리, 중심 그림이나 알림 내용이 들어갈 자리, 빈 공간을 채울 장식의 위치처럼 큰 덩어리를 먼저 정해야 전체가 안정적으로 보였다. 게시판 모서리에는 꽃이나 나뭇잎 같은 반복 장식을 넣고, 가운데에는 반 전체가 볼 내용이나 계절에 맞는 그림을 배치하는 방식도 흔히 떠올릴 수 있다. 종이를 붙였다 떼면 자국이 남거나 구겨질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붙이기 전에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보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이렇게 구도를 먼저 잡아 두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해도 서로 만든 것이 충돌하는 일이 줄었다. 한쪽에서는 제목 글씨를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배경 장식을 준비해도 최종적으로 들어갈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크기를 맞추기 쉬웠다. 지금 보면 아주 단순한 배치 작업이지만, 당시에는 자와 연필, 눈대중만으로 균형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게시판 전체를 하나의 큰 그림처럼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환경미화 게시판의 완성도는 화려한 장식보다 이런 첫 배치에서 이미 절반쯤 결정되곤 했다.
색지와 도화지를 오려 제목과 장식을 만들었다
큰 구도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시작됐다. 색지를 몇 장 겹쳐 놓고 같은 모양의 꽃잎이나 잎사귀를 오리거나, 도화지에 큰 글씨를 써서 한 글자씩 잘라내는 식이었다. 제목은 게시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라 글자 크기를 맞추는 것이 특히 중요했다. 한 글자만 지나치게 크거나 작으면 멀리서 봤을 때 금세 티가 났기 때문에, 자로 칸을 나누거나 연필로 밑선을 그어 크기를 맞추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장식은 비싼 재료보다 손에 있는 문구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색종이와 색지, 도화지, 사인펜, 풀 같은 기본 재료만 있어도 테두리와 꽃, 나무, 구름, 리본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다. 글씨 뒤에 다른 색 종이를 한 겹 더 대면 입체적으로 보였고, 같은 모양을 여러 색으로 반복해 붙이면 빈 공간을 채우기 좋았다. 반짝이 재료나 특별한 꾸밈 재료가 없어도 색의 조합과 크기 차이만으로 분위기를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 당시 게시판 꾸미기의 묘미였다.

손으로 만들다 보니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이 나오지는 않았다. 꽃잎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글자의 선도 자로 잰 것처럼 반듯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차이가 오히려 교실 게시판을 손으로 만든 공간처럼 보이게 했다. 누군가는 글씨를 잘 쓰고, 누군가는 가위질이 빠르고, 또 다른 사람은 색을 고르는 감각이 좋아 자연스럽게 맡는 일이 달라졌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흔적이 한 판 안에 함께 남는다는 점에서 환경미화 게시판은 단순한 장식물이라기보다 작은 공동 작업에 가까웠다.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압정과 풀로 하나씩 붙였다
재료가 어느 정도 준비되면 게시판 앞이 가장 분주해졌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붙이기보다 누군가는 종이를 건네고, 누군가는 위치를 맞추고, 다른 사람은 압정이나 풀로 고정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다. 높은 곳에 붙일 때는 의자나 교탁 주변을 조심해서 이용해야 했고, 아래쪽 장식은 앉아서 수평을 맞추는 편이 편했다. 종이 한 장을 붙이는 일은 단순해 보여도 여러 장이 이어지면 간격과 높이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붙이는 도구도 종이의 성격에 따라 달랐다. 가벼운 색지는 풀이나 테이프로 붙일 수 있었고, 비교적 두꺼운 도화지나 오래 붙여 둘 내용은 압정으로 고정하는 편이 안정적이었다. 다만 압정을 너무 많이 쓰면 게시판이 지저분해 보이고, 종이 모서리만 고정하면 가운데가 뜨는 경우도 있어 적당한 위치를 고르는 것이 필요했다. 풀을 많이 바르면 종이가 울거나 가장자리가 말릴 수 있어 얇게 펴 바르는 것이 좋았다. 이런 작은 요령은 몇 번 해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부분이었다.

여럿이 함께 꾸밀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각자 만든 장식을 모두 넣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미 충분히 채워진 곳에 새로운 장식을 계속 붙이면 게시판이 답답해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모두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나 전체를 보고, 비어 있는 곳과 복잡한 곳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조금 아깝더라도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위치를 바꿀 것은 옮기면서 균형을 맞췄다. 이때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환경미화 게시판을 꾸민다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멀리서 균형과 빈틈을 다시 확인했다
게시판을 거의 다 채웠다고 해서 작업이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붙일 때는 괜찮아 보이던 글씨가 멀리서 보면 한쪽으로 기울어 있거나, 가운데가 지나치게 비어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교실 앞쪽이나 중간쯤까지 물러나 전체를 한 번에 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지, 중요한 내용이 장식에 가리지 않았는지, 양쪽의 색과 모양이 너무 치우치지 않았는지를 살펴보면서 작은 부분을 다시 손봤다.
모서리가 들뜬 종이는 풀을 조금 더 바르고, 비뚤어진 글자는 다시 붙이며, 남은 색지 조각으로 작은 장식을 만들어 빈틈을 메웠다. 반대로 이미 복잡한 곳은 무언가를 더 붙이기보다 그대로 두는 편이 나았다. 게시판을 꾸미는 동안 생긴 색종이 조각과 도화지 자투리, 풀 뚜껑과 가위 등을 정리하는 일도 마지막 작업에 포함됐다. 완성된 게시판만 깔끔하고 주변 책상은 어지러우면 환경미화라는 말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나면 게시판은 며칠 전의 빈 공간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손으로 오린 글자와 조금씩 모양이 다른 장식, 친구들이 나눠 만든 그림이 한곳에 모여 교실 뒤편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구도를 먼저 정하고, 재료를 나누고, 함께 붙이고, 마지막에 멀리서 확인하는 순서만 지켜도 제법 정돈된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은 당시의 환경미화 게시판을 떠올릴 때 가장 현실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꾸미기 방법이기도 하다.
교실 뒤편 환경미화 게시판을 꾸미던 방법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글씨 하나도 직접 그리고 잘라야 했고, 같은 모양의 장식을 여러 개 만들려면 색지를 겹쳐 가위질해야 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는 누구 하나만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잘하는 일을 조금씩 보태는 재미가 있었다. 글씨를 잘 쓰는 친구,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꼼꼼하게 붙이는 친구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완성된 게시판이 특별했던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반듯하게 출력된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교실에서 함께 만든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금 삐뚤어진 글자와 손으로 오린 꽃잎까지 모두 그 반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요소가 됐다. 그래서 옛 교실 사진을 보다가 뒤편 게시판이 눈에 들어오면,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보다 색지와 가위, 풀을 꺼내 놓고 친구들과 자리를 맞춰 보던 그 작업 방식부터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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