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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싸움을 하던 날에는 팽이를 고르는 일만큼 줄을 감는 과정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같은 팽이라도 줄을 대충 감으면 던지는 순간 힘이 빠지거나 팽이가 비스듬하게 떨어졌고, 반대로 촘촘하게 감아 한 번에 풀리면 첫 회전부터 느낌이 달랐다. 친구들이 이미 바닥에 원을 그리고 팽이를 돌리고 있어도 줄이 한 번 겹치면 다시 풀어 감을 만큼, 몇 초 뒤 시작될 승부 전에 손가락으로 줄의 위치를 맞추는 시간이 중요했다.
팽이의 모양과 줄을 거는 방식은 제품과 지역, 놀던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내가 기억하는 핵심은 비슷했다. 줄이 헐겁지 않게 붙어 있어야 했고, 던질 때 한꺼번에 걸리지 않고 순서대로 풀려야 했다. 무조건 세게 던진다고 오래 도는 것도 아니어서 줄을 감는 방향과 손에 남기는 길이, 팽이를 놓는 각도까지 각자 나름의 요령이 생겼다. 그래서 팽이 싸움은 힘만 겨루는 놀이보다 손끝 감각을 익히는 놀이에 가까웠다.
첫 바퀴를 단단히 잡아야 줄이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줄을 감기 시작할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첫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자리를 잡는 일이었다. 팽이의 아래쪽이나 줄이 걸리는 부분에 시작점을 붙이고 손가락으로 눌러 둔 다음, 몸통을 돌리면서 줄을 한 바퀴씩 올려 감았다. 시작이 느슨하면 두세 바퀴 뒤부터 전체가 들뜨기 쉬웠고, 던지려고 손에 쥐었을 때 줄이 한꺼번에 풀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 몇 바퀴만큼은 힘을 조금 더 주어 팽이 표면에 줄이 붙도록 만드는 편이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팽이를 한 손에 놓고 다른 손으로 줄만 돌리는 것보다, 줄의 위치를 고정한 채 팽이 자체를 조금씩 돌려 감는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식이든 줄이 팽이 몸통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것이었다. 너무 아래쪽으로 몰리면 마지막 부분을 감을 공간이 부족했고, 반대로 처음부터 넓게 벌어지면 줄 사이에 틈이 생겼다. 팽이마다 몸통의 기울기와 줄이 걸리는 부분이 달라 몇 번 던져 보면서 자기 팽이에 맞는 시작 위치를 찾게 됐다.
첫 단계가 제대로 되면 뒤쪽 줄도 비교적 쉽게 따라왔다. 반대로 첫 바퀴가 비뚤어지면 끝까지 감아 놓고도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전부 풀어 다시 시작하곤 했다. 당시에는 이런 행동을 특별한 기술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팽이를 여러 번 돌려 본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준비 습관이었다. 팽이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손바닥 위에서 줄을 몇 번씩 다시 감았던 것도 결국 첫 회전을 최대한 깔끔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겹치지 않게 촘촘히 감고 줄의 힘을 일정하게 맞췄다
첫 부분이 고정되면 다음부터는 줄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가지런히 감는 데 집중했다. 한 줄이 옆 줄 위로 올라타면 그 부분만 두꺼워지고 던질 때 걸리는 느낌이 생길 수 있어, 엄지손가락으로 이미 감긴 줄을 눌러 주면서 바로 옆에 다음 줄을 붙였다. 멀리서 보면 단순히 줄을 여러 번 둘러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줄 사이 간격이 거의 없이 나란히 놓이는 것이 보기에도 훨씬 안정적이었다. 잘 감긴 팽이는 손에 쥐었을 때도 줄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단단하게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촘촘하게 감기 위해 무조건 세게 잡아당기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약하면 줄이 헐거워져 팽이 몸통에서 떠버렸고, 지나치게 힘을 주면 손가락이 아프거나 마지막 부분을 정리하기 불편했다. 그래서 한 바퀴를 감을 때마다 비슷한 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줄이 오래돼 꼬여 있거나 보풀이 생기면 감기는 감촉도 달라졌기 때문에 먼저 손으로 줄을 한번 펴고 시작하는 것도 나름의 준비였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손가락 끝으로 줄이 겹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줄이 반듯하게 감기면 다음 바퀴가 들어갈 자리가 자연스럽게 생겼고, 조금만 비뚤어져도 손끝에 튀어나온 부분이 느껴졌다. 팽이 싸움을 할 때는 누가 더 세게 던졌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실제 승부 전에는 이렇게 줄 한 줄씩 정리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팽이를 오래 돌리고 싶다는 마음은 던지는 순간보다 이미 줄을 감는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손에 남길 줄의 길이와 잡는 위치도 각자 달랐다
줄을 몸통 끝까지 감고 나면 남은 줄을 어떻게 잡을지도 중요했다. 너무 짧게 남기면 당겨 풀 수 있는 거리가 짧아 힘을 충분히 주기 어렵게 느껴졌고, 너무 길면 주변에 걸리거나 던지는 동작이 커져 다루기 불편했다. 그래서 팔을 움직였을 때 자연스럽게 끝까지 당길 수 있는 정도를 남겨 두고 손가락에 줄 끝을 걸었다. 어떤 아이는 끝부분을 손가락에 단단히 걸었고, 어떤 아이는 줄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식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을 사용했다.
줄을 감는 방향도 완전히 아무렇게나 정하지는 않았다. 어느 손으로 팽이를 던지고 어느 손으로 줄을 잡아당기느냐에 따라 편하게 느끼는 방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반대로 감으면 손목 동작이 어색하고 줄이 풀리는 순간 팽이를 놓는 타이밍도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친구의 팽이를 잠깐 만져 볼 때는 팽이 자체뿐 아니라 줄이 어느 방향으로 감겨 있는지도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에는 감긴 줄을 손으로 한 번 눌러 보고 느슨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했다. 줄 끝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면 급하게 다시 찾다가 애써 감아 둔 모양을 흐트러뜨릴 수 있어 손에 잡히는 위치까지 미리 정리했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첫 바퀴를 고정하고, 촘촘히 감고, 남은 줄 길이를 맞춘 뒤 손가락에 걸어 준비하는 자기만의 순서가 생겼다. 팽이 싸움을 잘하던 친구가 줄을 감는 모습이 유난히 빠르고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도 이런 과정이 이미 손에 익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승부는 세게 던지는 것보다 줄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데서 갈렸다
아무리 줄을 반듯하게 감아도 던지는 순간 한꺼번에 엉키면 준비한 의미가 줄어들었다. 팽이를 바닥에 내놓는 동작과 줄을 잡아당기는 동작이 맞아야 줄이 몸통에서 차례대로 풀리면서 회전으로 이어졌다. 힘만 주어 옆으로 던지면 팽이가 바닥에 비스듬히 닿아 크게 흔들리거나 경기 범위 밖으로 튀기도 했다. 상대 팽이를 세게 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먼저 내 팽이가 곧게 서서 안정적으로 도는 것이 우선이었다.
줄이 잘 풀린 날에는 손에서 빠져나가는 감각부터 달랐다. 걸리는 부분 없이 한 번에 풀리고 팽이가 중심을 잡으면 바닥에서 안정적으로 회전했고, 반대로 줄이 중간에 겹쳐 있었거나 잡는 손이 꼬이면 마지막에 툭 걸리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한 판이 끝나면 팽이 자체만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방금 줄을 어떻게 감았는지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다음 판에는 조금 더 촘촘하게 감거나 손에 남기는 줄 길이를 바꾸면서 바로 다시 시험해 볼 수 있었다.
팽이 싸움의 재미는 이런 작은 차이를 몸으로 확인하는 데 있었다. 같은 팽이와 같은 줄을 사용해도 누구는 오래 돌리고 누구는 금방 기울어졌고, 그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의 손동작을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물론 팽이의 무게와 축의 상태, 바닥의 거칠기처럼 줄 감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조건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직접 바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줄을 감는 방식과 던지는 동작이었기에, 승부가 끝나자마자 다시 팽이를 집어 들고 줄부터 새로 감는 모습이 다음 판을 준비하는 가장 익숙한 장면이었다.

팽이 싸움에서 줄을 감던 요령을 떠올리면 기억에 남는 것은 한 번에 정답을 배운 일이 아니라 계속 다시 감아 보던 손의 움직임이다. 줄이 겹치면 풀고, 너무 느슨하면 다시 당기고, 친구의 팽이가 더 오래 돌면 줄 감는 모습을 보고 다음 판에서 조금 다르게 해봤다. 작은 팽이 하나를 두고도 여러 방법을 바로 시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한 판이 끝났다고 놀이까지 끝나지는 않았다.
지금 보면 단순한 끈 감기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 몇 바퀴 안에 다음 승부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었다. 잘 감긴 줄을 손가락에 걸고 팽이를 들어 올렸을 때의 단단한 감촉과, 던지는 순간 줄이 매끄럽게 풀리며 팽이가 곧게 서던 모습이 함께 떠오른다. 팽이 싸움은 바닥에서 서로 부딪치는 몇 초보다 그 전에 쪼그려 앉아 줄을 다시 감던 시간이 더 길었던 놀이였고, 그래서 손끝으로 익힌 그 요령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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