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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생활문화

첫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샀던 물건, 아빠 전기면도기

곰곰애기 2026. 9. 4. 14:46

목차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기면도기 선물을 건네며 마주 앉아 웃고 있고, 왼쪽에 첫 월급과 아빠 전기면도기에 관한 제목 문구가 크게 들어간 대표 이미지
    첫 월급의 첫 소비는 나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아빠를 위한 전기면도기였다. 선물을 건네는 순간의 어색함과 뿌듯함이 지금도 첫 월급의 기억으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첫 월급을 받던 날의 기분은 이상하게도 오래 남는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내 힘으로 번 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통장 숫자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때 나는 나를 위한 물건보다 먼저 누군가를 떠올렸다. 바로 아빠였다. 그동안 집에서 늘 묵묵하게 가족을 위해 애쓰던 아빠에게 내 첫 월급으로 꼭 무언가를 사 드리고 싶었다. 무엇을 드리면 좋을지 한참 생각한 끝에 내가 가장 먼저 고른 것은 전기면도기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기면도기는 단순한 생활용품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아빠가 아침마다 면도하시던 모습을 익숙하게 봐 왔고, 오래된 면도기를 쓰며 특별히 불편하다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왠지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첫 월급으로 산 물건이 비싸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매일 손에 닿고, 쓸 때마다 내 마음이 전해질 수 있는 물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첫 월급의 첫 소비는 자연스럽게 아빠 전기면도기로 이어졌다.

    첫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아빠였다

    첫 월급을 받으면 나를 위해 사고 싶은 것이 많을 줄 알았다. 출근하면서 눈여겨본 옷이나 신발, 갖고 싶었던 전자기기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를 줄 알았는데 막상 월급이 들어오자 생각은 의외의 방향으로 갔다. 가장 먼저 든 마음은 “이 돈으로 부모님께 뭘 해 드리면 좋을까”였다. 그중에서도 유독 아빠 생각이 먼저 났다. 평소 표현이 많지 않은 분이었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가족을 책임져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내가 어른이 되어 갈수록 더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아빠가 늘 당연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들어오고, 가족에게 필요한 것을 묵묵히 챙기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그 무게를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직접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 보니, 매달 일정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조금은 실감하게 됐다. 그 순간 아빠가 더 크게 떠올랐다. 그래서 첫 월급의 의미를 가장 먼저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도 자연스럽게 아빠가 되었다.

    퇴근한 젊은 남성이 따뜻한 조명의 집 안에서 서류와 봉투를 들고 미소 짓고 있는 모습
    첫 월급을 받은 날,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아빠였다. 통장에 찍힌 숫자보다 그 돈으로 누구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지가 먼저 중요하게 느껴졌다.

    무엇을 사 드릴지 정하는 과정에서도 내 기준은 분명했다. 한번 드리고 끝나는 일회성 선물보다는 오래 기억에 남고, 실제로 자주 쓰실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괜히 보여 주기 좋은 물건보다는 아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선물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아침마다 면도하시는 모습이 떠올랐다. 매일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실용적이고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첫 월급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더 신중했다. 한정된 돈으로 무엇을 사야 가장 마음이 잘 전해질까 고민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 고민 덕분에 선물의 의미는 더 분명해졌다. 비싼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첫 수입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 바로 아빠 전기면도기였던 것이다.

    전기면도기를 고른 이유는 화려함보다 실용성이었다

    선물을 고르러 매장에 갔을 때 생각보다 종류가 많아서 조금 놀랐다. 디자인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고 가격 차이도 꽤 있었다. 그중 어떤 제품이 아빠에게 가장 잘 맞을지 하나하나 살펴봤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려고 했지만, 곧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겉모습보다 실제 사용감이라는 걸 깨달았다. 손에 쥐기 편한지, 관리가 쉬운지, 매일 써도 부담스럽지 않은지가 더 중요했다.

    전기면도기를 선물로 고른 이유는 아빠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물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넥타이처럼 특별한 날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자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첫 월급으로 드리는 선물인 만큼 한 번 박수받고 끝나는 물건보다 오래 곁에 남는 것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매일 아침 면도할 때마다 ‘이건 자식이 첫 월급으로 사 준 거야’ 하고 한 번쯤 떠올려 주시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이 진열대 앞에서 전기면도기 상자를 손에 들고 살펴보는 모습
    첫 월급 선물을 고를 때는 보여 주기 좋은 물건보다 아빠가 실제로 자주 쓰실 수 있는 물건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오래 고민한 끝에 실용적인 전기면도기를 골랐다.

    물론 고르면서 가격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첫 월급이 아주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 안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래서 더 오래 매장 안을 돌며 비교했다. 너무 부담스러운 고가 제품은 피하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골랐다. 당시의 나는 선물을 산다기보다 마음을 고르고 있었던 것 같다. 작은 기능 하나, 포장 상자 하나에도 괜히 더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 자체가 참 소중했다. 처음으로 내 돈으로, 그것도 누군가를 위해 물건을 사면서 느낀 책임감과 설렘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드릴 선물을 아빠가 정말 좋아하실까, 기대에 못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가장 먼저 아빠를 생각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 전기면도기는 제품 자체보다 내 마음의 방향을 더 또렷하게 보여 주는 물건으로 남아 있다.

    선물을 건네던 순간, 내가 더 떨렸다

    막상 선물을 사고 나니 고르는 시간보다 건네는 순간이 더 떨렸다. 거창한 이벤트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이런 표현을 자주 하던 편이 아니어서 괜히 어색했다. 집에 돌아와 포장된 상자를 꺼내 들었을 때는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첫 월급 받았는데, 아빠 드리려고 샀어요”라고 말했을 때의 감정은 지금도 또렷하다.

    아빠는 예상보다 더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기뻐하셨다. 상자를 받아 들고 웃으시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주 크게 표현하시지는 않았지만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선물을 잘 골랐는지보다도, 내가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더 안도했다. 첫 월급이라는 특별한 순간을 아빠와 함께 나눴다는 것이 무엇보다 뜻깊었다.

    집 안 식탁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포장된 전기면도기 선물을 건네고 아버지가 미소 짓는 모습
    선물을 고를 때보다 건네는 순간이 더 떨렸다. “첫 월급으로 샀어요”라는 짧은 말 속에 고마움과 어색함, 그리고 뿌듯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가족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물건 하나를 전달하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그 안에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이제는 내가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전기면도기 상자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가격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선물을 받은 뒤 아빠와 마주 앉아 있던 시간도 오래 남는다. 특별히 긴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어색하면서도 따뜻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는 사실, 그리고 그 첫 결과물을 아빠에게 건넸다는 사실이 그 짧은 시간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첫 월급 선물의 기억은 물건보다도 그날의 표정과 분위기로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빠가 그 면도기를 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뿌듯했다

    선물은 건네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가 더 오래 남기도 한다. 아빠가 실제로 전기면도기를 사용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괜히 더 뿌듯했다. 내가 고른 물건이 그냥 서랍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 잘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것은 단순히 ‘선물을 잘 골랐다’는 만족감과는 또 달랐다. 내가 보낸 마음이 일상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시며 면도기를 드는 모습은 아주 평범한 장면이었지만, 내게는 조금 특별하게 보였다. 전과 똑같은 아침인데도 그 안에 내가 보탠 작은 변화가 하나 생긴 셈이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첫 월급을 받았던 날, 매장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시간, 선물을 건네며 괜히 긴장했던 순간이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그 전기면도기는 한 번의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기억처럼 남았다.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은 결국 얼마나 비싼지를 넘어선다.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그 시기의 나와 그때의 마음이다. 첫 월급으로 산 아빠 전기면도기가 지금까지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 물건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의 설렘, 아빠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표현해 본 고마움, 그리고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은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다.

    욕실 거울 앞에서 아버지가 전기면도기로 면도를 하고 뒤에서 아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
    아빠가 내가 사 드린 전기면도기를 실제로 쓰시는 모습을 보면 첫 월급의 의미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물건 하나가 아니라 마음이 일상 속에 남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첫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산 물건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아빠 전기면도기라고 답하게 된다. 화려한 사치품도 아니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거창한 물건도 아니지만 내게는 누구보다 의미가 큰 첫 소비였다. 그 물건 하나 덕분에 첫 월급의 기억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남게 됐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언제나 내 삶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였던 아빠였다.

    돌이켜보면 첫 월급은 단순히 돈을 처음 받은 날이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돈을 쓰는 법을 처음 배운 날이기도 했다. 그 시작이 아빠를 위한 전기면도기였다는 사실이 지금도 참 다행스럽다. 첫 월급의 설렘과 고마움,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넸던 마음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첫 월급의 첫 물건은 여전히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