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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버튼을 늦게 눌러 앞부분을 놓쳤던 경험, 비디오테이프 녹화 시절

예전에는 보고 싶은 방송을 다시 보는 일이 지금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지 못하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비디오테이프를 준비해 녹화해 두는 방법이 가장 든든했다. 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놓치고 싶지 않아 미리 빈 테이프를 넣어 두고 방송이 시작되기만 기다린 적이 있었다.그런데 그렇게 준비를 해 놓고도 막상 시작 순간을 놓쳐 녹화 버튼을 늦게 누르는 일이 있었다. 화면에서는 이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고, 나는 뒤늦게 리모컨이나 VCR의 녹화 버튼을 누르며 ‘앞부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부터 생각했다. 몇십 초나 몇 분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당시에는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비디오테이프부터 준비했다TV 방송을 비디오테이프로 남기려면 방송이..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7. 17:44
도토리를 충전해 꾸미기 아이템을 샀던 경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꾸미던 시절

컴퓨터를 켜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사진첩이나 방명록만이 아니었다. 화면 한쪽에 자리 잡은 작은 미니미와 미니룸, 그리고 배경에 깔린 음악까지 모두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주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면 도토리 잔액을 확인하고, 부족하면 충전할지 말지 한참 고민하곤 했다.실제 돈으로 바꾼 사이버머니를 다시 가상의 옷이나 배경에 쓴다는 것이 지금 기준으로는 별것 아닌 소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온라인 공간을 ‘내 방’처럼 꾸미는 일이 꽤 진지한 취미였다. 당시에는 미니홈피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무엇을 바꿀지, 남은 도토리로 어디까지 꾸밀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 자체가 접속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도토리를 충전하면 무엇부터 살지 고민..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7. 11:12
벨소리를 직접 내려받던 방법과 비용, 한 곡 받는 데 얼마가 들었을까

휴대전화 벨소리가 기본으로 들어 있던 몇 가지 소리뿐이던 시절에는 마음에 드는 노래 한 곡을 벨소리로 바꾸는 일도 작은 이벤트였다. 요즘처럼 음원 파일을 몇 번 터치해 바로 설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휴대전화의 무선인터넷 메뉴에 들어가 벨소리 코너를 찾고 원하는 곡을 골라 직접 내려받아야 했다. 화면은 작고 메뉴 이동은 느렸지만, 최신 가요가 내 전화에서 울린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특별하게 느껴졌다.문제는 가격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벨소리 가격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가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을 보고 생각보다 많이 나온 금액에 놀랄 수 있는 구조였다. 벨소리 자체의 정보이용료와 무선인터넷 데이터통화료가 따로 붙는 서비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소리 하나를 바꾸는 일에는 노래를 고르는 재미와 함께 '이번에는..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6. 16:37
종이 뽑기에서 좋은 상품이 나오길 기다리던 순간

문방구나 동네 가게 한쪽에 놓인 종이 뽑기 상자를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훤히 보이는 장난감 진열대보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작은 종이 한 장이 더 궁금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손을 넣어 아무 종이나 집으면 되는 단순한 놀이였지만, 막상 내 차례가 오면 괜히 조금 더 깊숙한 곳을 뒤적이고 모서리에 숨어 있는 종이를 골라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했다.좋은 상품이 나올 확률을 계산할 수도 없고 어느 종이가 당첨인지 미리 알 방법도 없었는데, 그 불확실함 때문에 오히려 기대는 더 커졌다. 종이를 뽑은 뒤 바로 펼치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에 잠깐 쥐고 있던 그 몇 초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기억도 남아 있다. 그 시절 종이 뽑기의 재미는 상품 자체보다 ‘혹시 이번에는’ 하고 기다리는..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6. 10:49
국민학교와 초등학교, 이름만 바뀐 게 아니었던 이유

‘국민학교’라는 말이 자연스럽던 때와 ‘초등학교’라는 말이 당연해진 때 사이에는 생각보다 분명한 경계가 있다. 같은 6년제 초등교육기관을 가리키는 말인데도, 어느 이름을 입에 먼저 올리느냐만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대략적인 세대가 드러날 정도다. 나 역시 두 단어를 나란히 놓고 보면 단순히 간판 글자 몇 자가 바뀐 사건이라기보다, 학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달라지던 시기의 표시처럼 느껴진다.법적으로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것은 1996년 3월 1일부터였다. 그러나 그날 아침 전국의 교실이 갑자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이름의 변경에는 일제 식민지 시기에 유래한 명칭을 정리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같은 시기 한국 교육에서는 학교 운영과 수업, 정보화 같은 변화도 함께 추진되고 ..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5. 15:49
동네 오락실이 아이들의 아지트였던 이유, 게임보다 더 오래 남은 그 공간

학교가 끝나고 곧장 집으로 가기 아쉬운 날이면 괜히 동네 오락실 쪽으로 발길이 향하곤 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안쪽에서 들려오는 전자음과 버튼 두드리는 소리가 골목까지 새어 나왔고,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게임기 화면이 번쩍이며 저마다 다른 장면을 보여 줬다. 꼭 게임을 하려고 간 날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진 동전이 많지 않아도 친구가 하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고, 누가 오래 버티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내가 떠올리는 동네 오락실은 단순히 돈을 넣고 게임을 하는 가게보다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공간이었다. 학교에서는 수업과 규칙이 있었고 집에서는 숙제나 가족의 눈치를 볼 때가 있었지만, 오락실에서는 또래끼리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하며 비교적 자유롭게 머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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