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작은 준비가 필요했다. 학교에서 헤어진 뒤 다시 할 말이 생기면 친구 집 전화번호를 눌렀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이 반드시 친구라는 보장은 없었다. 수화기 너머로 낯선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머릿속으로 준비해 둔 말은 사라지고 괜히 자세까지 바르게 고쳐 앉곤 했다.집 전화는 가족 모두가 함께 쓰는 물건이었다. 통화 내용이 완전히 개인적일 수 없었고, 오래 붙잡고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됐다. 친구와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시선, 통화료, 약속한 시간 같은 조건을 하나씩 넘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의 전화 한 통에는 지금의 메시지보다 훨씬 많은 긴장과 기다림이 따라붙었다.친구보다 부모님이 먼저 받을 가능성이 컸다친구 집에 전화를 걸..
학교 종이 울리면 운동장을 가로질러 문방구로 향하던 아이들이 있었다. 주머니 속에는 손바닥에 꼭 쥐면 금세 따뜻해지는 100원짜리 동전 한 개가 들어 있었다. 그 작은 돈으로 무엇을 살지는 문방구 앞에 도착한 뒤에도 쉽게 정하지 못했다. 달콤한 간식을 고를지, 새 연필이나 지우개를 살지, 친구들과 놀 장난감에 쓸지에 따라 방과 후의 시간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학교 앞 문방구에서 100원으로 살 수 있었던 물건은 지역과 시기, 가게마다 조금씩 달랐다. 어떤 때에는 사탕이나 껌 여러 개를 살 수 있었고, 어떤 문방구에서는 연필 한 자루나 작은 장난감을 고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정확히 어떤 상품이 100원이었는가만이 아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동전 한 개가 아이들에게 계산하는 법과 기다리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