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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길거리 군고구마를 기다리던 기억, 추위 속 기다림까지 맛있었던 이유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도 길을 걷는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냄새가 있었다. 멀리서부터 달큰하고 구수한 향이 퍼져 오면 어디쯤 군고구마를 굽고 있는지 눈으로 먼저 찾게 됐다. 바로 사 먹을 수 있는 간식이 많지 않았던 시절, 길거리 군고구마는 추운 날 일부러 기다릴 이유가 충분한 먹거리였다. 따뜻한 불기운 주변에 서서 아직 덜 익었다는 말을 들으면 아쉬우면서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내가 기억하는 군고구마의 맛에는 기다리는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길가에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며 차례를 기다리고, 굽는 통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냄새를 바라보던 순간은 먹는 시간보다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겨울철 길거리 군고구마를 떠올리면 노랗게 익은 속살보다 먼저 차가운 공기, 따뜻한 화로 주변의 온기, 그리고..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3. 17:39
딱지를 많이 가진 친구가 부러웠던 어린 시절, 종이 한 장이 자랑거리였던 이유

골목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아이들 옆에 많은 딱지를 들고 있는 남자아이와 ‘딱지를 많이 가진 친구가 부러웠던 어린 시절’이라는 제목 문구가 함께 보이는 모습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이 모여 딱지를 꺼내 놓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는 손바닥만 한 딱지 몇 장만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주머니나 작은 상자 안에 두툼한 딱지를 한가득 넣고 다녔다. 내가 유난히 부러워했던 쪽은 늘 후자였다. 딱지를 많이 가진 친구가 하나씩 펼쳐 보일 때면 그 개수 자체가 대단해 보였고, 그중 내가 처음 보는 그림이나 색이 섞여 있으면 괜히 더 오래 바라보게 됐다.어른이 된 뒤 떠올리면 종이 몇 장의 차이였지만 어린 마음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딱지는 놀이에 쓸 수 있는 도구이면서 모으는 재미가 있는 물건..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3. 07:28
비디오를 다 본 뒤 되감기를 해야 했던 이유, VHS 테이프가 처음으로 돌아가던 시간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보던 시절에는 영화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화면에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재생을 멈춘 뒤에도 VCR 앞에 앉아 ‘되감기’ 버튼을 눌러야 했다. 버튼을 누르면 기계 안에서 테이프가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처음 위치로 돌아갈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다. 지금처럼 재생 막대를 한 번 눌러 처음으로 이동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그 기다림도 영화 감상의 마지막 과정처럼 느껴졌다.비디오를 다 본 뒤 왜 굳이 되감기를 해야 했는지는 VHS 테이프의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재생하는 동안 자기테이프는 한쪽 릴에서 다른 쪽 릴로 이동했고, 영화가 끝나면 테이프의 대부분이 반대편에 감겨 있었다.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보려면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했..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2. 16:09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고르는 데 오래 걸렸던 이유, 그 노래가 곧 내 기분이던 시절

미니홈피를 꾸미던 시절에는 사진 한 장을 올리는 일도, 프로필 문구 한 줄을 바꾸는 일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 배경음악이었다. 노래는 한 번 골라 두면 내 미니홈피에 들어온 사람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분위기가 되었고,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날의 기분이나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대신 보여 주는 역할을 했다.그래서 새 노래를 발견했다고 바로 배경음악으로 정하지는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어 보고, 가사를 읽어 보고, 내 사진과 미니홈피 분위기에 어울리는지도 생각했다. 좋아하는 노래와 ‘내 미니홈피에 걸어 두고 싶은 노래’는 묘하게 달랐다. 배경음악 하나를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결국 노래 한 곡으로 내 공간의 첫인상과 내 마음을 동시에 보여..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2. 11:52
동전이 부족해 짧게 통화해야 했던 기억, 공중전화 앞에서 배운 말의 순서

공중전화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수화기를 드는 게 아니라 주머니부터 뒤적이던 때가 있었다.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동전이 있는지 확인하고, 손바닥 위에 몇 개를 올려놓은 뒤에야 번호를 눌렀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가진 동전이 넉넉하지 않으면 통화는 자연스럽게 짧아졌다.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반가웠다가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은 동전이 신경 쓰였다.집이나 휴대전화처럼 편하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중전화 통화에는 늘 작은 긴장감이 따라다녔다. 누구에게 먼저 전화할지, 꼭 해야 할 말은 무엇인지, 혹시 연결이 늦어지면 어떻게 할지까지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했다. 그때의 전화는 단순한 연락 수단이라기보다 제한된 시간과 동전 안에서 마음을 압축해서 전하는 일이었다.수화기..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1. 15:29
불량식품을 고르던 어린이들만의 기준, 학교 앞 문방구의 작은 계산법

학교 앞 문방구 진열대 앞에 서면 가진 돈은 많지 않은데 고를 것은 이상하게 많아 보였다. 번듯한 포장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색깔이 얼마나 진한지, 한 봉지에 몇 개가 들어 있는지, 친구와 나눠 먹기 좋은지 같은 것들이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불량식품처럼 보여도 어린아이들 사이에는 나름의 분명한 기준이 있었다.같은 100원이라도 오래 먹을 수 있는 것이 있고, 하나를 사도 존재감이 큰 것이 있었으며, 친구들 앞에서 꺼냈을 때 유난히 인기가 좋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문방구에서 과자를 고르는 일은 단순한 간식 구매가 아니라 적은 돈으로 가장 큰 만족을 얻기 위한 작은 계산에 가까웠다.손에 쥔 동전이 먼저 정해 주던 선택문방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확인했던 것은 가격이었다. 용돈이 넉넉하지 ..

그 시절 생활문화 2026. 8. 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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